책임감분산현상(diffusion of responsibility)
1964년 3월 13일 새벽, 미국 뉴욕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28세 여성 ‘키티 제노비스’가 참변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괴한에게 습격당한 그녀는 필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창가에서 누군가 “그 여자를 그냥 놔두시오!”라고 소리쳤을 뿐, 그 누구도 현장으로 내려오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훗날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끔찍한 광경을 창문을 통해 지켜본 목격자는 무려 38명이나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 단 한 사람도 그녀를 돕지 않았고, 젊은 여인은 결국 처절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시민들의 도덕적 방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타인의 위험을 외면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 법’(제노비스 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왜 38명이나 되는 목격자 중 단 한 사람도 나서지 않았을까요? 심리학자 존 달리와 빕 라타네는 이 현상을 **‘책임감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목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돕겠지’라는 생각에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38명의 목격자들은 책임감을 38분의 1로 나누어 가졌고, 그 막연한 방관 속에서 한 생명은 외롭게 사그라졌습니다.
성경 누가복음 10장에는 강도 만난 자를 대하는 세 부류의 사람이 등장합니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신앙적 양심과 공동체적 책임을 회피한 채 그 자리를 지나쳐 버립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사마리아인만이 아무런 대가 없이 그 책임을 오롯이 짊어집니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마치시며 제자들에게 명령하십니다.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오늘날 우리 사회,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이 ‘책임감 분산 현상’을 목격하곤 합니다. ‘내가 먼저’, 혹은 ‘아무도 안 한다면 나라도’라는 마음으로 헌신하는 사람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나 말고도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이 팽배해질 때, 공동체는 영적 메마름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는 책임감을 나누어 갖는 분산 현상보다, 각자가 주인이 되어 책임을 짊어지는 ‘책임감 집중 현상’이 필요합니다. 성도 한 분 한 분이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거룩한 부담감을 가질 때, 우리 교회는 그 어떤 큰 공동체보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누군가 하겠지”가 아니라 “내가 하겠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성도, 그런 당신이 바로 주님이 찾으시는 ‘이 시대의 선한 사마리아인’입니다.
| 제목 |
|---|
‘종교인’과 ‘신앙인’의 10가지 차이점
|
예수님으로 꽉 찬 삶
|
책임감분산현상(diffusion of responsibility)
|
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목사입니다.
|
그리스도인의 숙명(Destiny): 세상의 시선 속에 산다는 것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