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숙명(Destiny): 세상의 시선 속에 산다는 것

한 선교단체가 주최한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용산 전쟁기념관의 6·25 참전국 기념비를 식탁 삼아 음식을 차려 놓고 식사한 사실이 보도되어 큰 논란이 되었던 일이 있습니다. 공개되었던 사진 속에는 참전 용사들의 희생이 깃든 기념비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이를 접한 대중들의 비난 섞인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해당 단체가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조금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은 깊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저는 평소 ‘우리만의 잔치를 벌이는 교회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목회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끼리 아무리 은혜롭고 즐겁다 한들, 그것이 세상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사회적 상식에서 벗어난 우리만의 리그로 전락한다면, 그 어떤 사역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열매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 5장 13절에서 16절까지, 예수님은 성도가 세상의 소금이요 빛이라고 말씀하시며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고 권면하셨습니다. 우리의 선한 삶의 태도를 통해 세상이 하나님을 경외하게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요한복음 3장 16절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주셨다고 선포합니다. 주님은 나 한 사람, 혹은 우리 교회만을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 바로 저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한 채 독불장군처럼 신앙생활을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구원이 없다’는 복음의 절대적 진리는 목숨을 걸고 사수해야 하지만, 세상을 배타적으로 대하거나 하등하게 여기며 사회와 격리된 채 신앙의 길을 걷는 것은 결코 건강한 모습이 아닙니다.

소금이기에 녹아져야 하고 빛이기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우리는 세상이 주는 ‘영적 불편함’을 기꺼이 감내해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기준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예의를 갖추고 살아갈 때, 비로소 세상은 우리의 뒷모습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에 언급한 선교단체가 벌인(?) 일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일이 아닙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로 삼아야 합니다. 세상은 지금도 우리의 ‘착한 행실’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고 그분의 성품을 드러내며 사는 것,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그리스도인의 숙명(Destiny)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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